[에세이] 도전인가 회피인가



직장에서는 이제 3년 4개월이 되어간다. 새로운 전공을 배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무엇을 배웠나? IT 시장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배웠다. 하지만 생존 이상의 것을 배우진 못했다. 단순히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고 삶이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배우고, 더 알고 싶은 욕심이 계속 가라앉지 않는다. 잘 알지도 못 하니 하고 싶은 게 없는 것 같다. 

뭐든 하면 그 나름의 재미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이다. 순간은 힘들고 견뎌냈지만 그 지식은 모래처럼 흩어진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막막하다. 이끌어줄 멘토가 필요하다. 주변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옆에 있는 모두가 힘든 직장 생활을 그저 견디고 있다.

힘든 일을 하는 것만이 의미 있을까? 군대에서 누가 누가 더 힘든지 대결을 하는 것이 사회에서는 의미가 없다. 사회는 과거에 무엇을 했든 현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는 힘든 일 하는 사람들을 알아주고 더 챙겨주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회사, 업계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힘든 걸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여기에 와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저 견디는 것이 도전이 아니다. 더 어려운 일, 더 알아주는 일은 하는 것도 도전이 아니다. 언제나 업계가 원하는 스킬을 가질 순 없다. 하지만 그저 회사 일만 하는 것은 도전이 아니다.

박차고 나오는 것이 회피일까? 돈을 벌면서 더 노력하면 야간 대학원 다니면 되는데 편하기 위해서 도망가는 것일까? 그런 질문을 참 많이 했다. 지금 생각은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나는 회사일을 하면 거기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야간 대학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칼같이 일을 끊어 내더라.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이고 회사를 다니는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100%를 쏟지 않으면 무언가를 잘 해낼 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 실력을 더 키우고 싶다. 더 알고 싶다. 그걸 잘하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

이직을 하지 않고 대학원을 가는 것은 여전히 고민된다.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가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가서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더 앞선다. 아는 것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노스텔지아를 찾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도망 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낀다. 1년 차 때는 도망이 맞았다. 하지만 버티고 버텨 4년 차가 되었다. 이제는 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이 마음을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행동으로 연결하자. 변명은 없다. 떨어지더라도 공부하지 않으면 나를 변화시켜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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