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33,235
2023년의 마지막 달이다. 올해 마지막 배당금도 무사히 들어왔다. 23년은 완전히 급여소득이 아닌 1/4 크기의 기타소득으로 살아본 해이다. 세 가지 정도를 느꼈다.
첫째, 내가 버는 속도보다 기업이 버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올 한 해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 있던 투자금을 빼지도 않았지만, 추가로 넣은 건 배당금하고 약간의 달러 환전 밖에 없다. 수입이 거의 생활비로만 쓰였다는 점도 있지만, 대부분 예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내년 정도에 결혼 자금이 필요할 것 같아서 투자금으로 돌리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투자금은 향후 10년 간 필요없는 돈으로 하라고들 하지 않는가? 결과적으로는 다 투자하고 지금 빼는 게 예금 이자보다 훨씬 나았겠지만, 마음 편하게 돈을 모으고 투자금을 건드릴 핑계가 없어서 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뚝심있게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모은 금액하고 투자수익을 비교해보면 투자금이 훨씬 좋다.
둘째, 한국 시장에는 투자하지 않아야겠다. 돈 잘 버는 좋은 기업도 많다. 그러나 주주는 돈을 그만큼 벌지 못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우량 기업을 사두면 어련히 알아서 주가가 오른다. 반면에 한국은 이슈를 타고 오르면 얼른 팔아야 한다. 다시 떨어질 때에 다시 사야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것 같다. 삼성전자가 이번 달 들어서 반도체 섹터가 괜찮아지면서 다시 회복중이다. 그러나 회복일 뿐 성장했다는 지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오르면 팔아버리고 싶은 유혹이 커진다. 고려신용정보도 꾸준히 영업이익이 좋지만 더 오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든다. 경기를 타지 않는 기업이 전 세계에 몇 개가 있겠냐만은 미국 투자가 쉬워진 만큼 더 이상 한국 시장에 투자할 이유를 못 느끼겠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완화된다고 하니 좀 더 안정적인 시장이 되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셋째, 고생은 돈 버는 것과 상관없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스트레스가 없다. 실적 압박이 없으니 그럴 수 있겠지만, 제일 큰 것은 내가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에는 고객을 내가 선택할 수 없었고, 내가 팀원을 선택할 수 없었다. 연구실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같이 연구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더욱이 고객이랄 것도 없고, 내가 실적을 쌓을 수 있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돈을 받지 않고 돈을 내고 다니니까 그런 거 같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또한 출퇴근도 자유롭다. 물론 거의 밤샘을 할 때가 많지만, 자유롭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과 9-6 정해진 건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오히려 9-6만 지키면 내 할 일은 마친 것만 같은 나태함이 없다. 어차피 연구는 남이 대신 해주지 않는다. 무튼 훨씬 좋은 환경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투자로 버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월급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5천은 더 투자했을 것이다. 퇴직 연금도 더 들어 왔을테고. 어찌되었건 엄청 자유로운 생활이지만, 회사를 나오기 전에 걱정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굶어죽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세상에서 좋아하는 hot한 연구 분야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재료공학 박사 친구가 말해줬는데 거기 월급은 훨씬 적다.
어쨌건 저쨌건 한 해가 지났다. 연구실에 들어와서 열심히 해보자 한 게 1년 정도 지난 것 같다. 과연 나는 그때보다 성장했을까?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논문을 정리해둬야 하고, 영작도 연습해둬야 하고, OPIC도 최고 등급을 찍어봐야겠다. 이제 24년이 되고 28년에 나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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