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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늘 두렵다. 당연하다. '가면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성취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역으로 나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무엇을 아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은 가면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가면을 들킬까 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비전공자라서...', '전산학과, 컴퓨터학과를 나오지 않아서...'라는 마음이 든다. 특히 SM을 할 때에는 잔뜩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도망가고 싶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소리치며 말이다.
그저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가. 고민만 했다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에서 내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데이터 분야가 더 그렇다. 머신러닝과 AI는 기술적 도전과 구조적 복잡함 뒤에 숨어 있는 허상이다. 결국은 인풋과 아웃풋을 내는 도구일 뿐이다. 프로그래밍 역시 조건문과 반복문으로 쓴 글일 뿐이다. 수없이 되뇌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까지 쪼개고 쪼갠다. 그리고 이해한 만큼만 뭐라도 만드는 것이다.
실패란 없다. 자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차곡차곡 모아서 축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취냐 좌절이냐 결정하는 요소다. 훌륭한 작품을 만든 사람조차 그 작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른다. 그저 날마다 작품 활동을 열심히 했을 뿐이다. 거대한 허상 앞에 두렵다면, 뭐라도 만들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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